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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 山生 김 종명 찬바람이 불면... 한올씩 빠져나간, 머리카락 같은 날이, 이토록 서글퍼지는 것은, 질곡(桎梏)의 삶 때문일까? 티끌 같은 하루가 쌓이면서, 내 육신을 조여드는, 세월의 올가미, 가을이다 싶었는데, 느닷없이 찬바람이 불면,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도, 새파랗게 질린 모습으로 벌벌 떨고, 감미로웠던 가을바람이, 차가운 파편이 되어 가슴을 짓누른다. 아직 사지가 성하고, 정신이 멀쩡하지만, 무심한 세월은, 삼동 추위보다 더 혹독하다. 스쳐 지나는 찬바람은, 모르는 척 슬쩍 고개를 돌린다. 2023.11.20. 찬바람이 부는 초저녁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가을꽃밭에서 / 山生 김 종명 가을꽃밭에서... 열린 문사이로, 부드러운 가을바람이 살랑댄다. 선잠에서 깨어난 실눈에는, 가을빛이 어슴프레 멀리 뻗쳐있어. 가까이 다가갈 욕심에, 주저 없이 어두운 문밖을 나선다. 짓궂은 가을비로, 방바닥에 궁둥이를 붙이고 있으니, 궁둥이에 곰팡이가 피었다. 꽃은 하루가 다르다. 활짝 갠 하늘 아래서, 눈부신 가을꽃을 바라보며, 활짝 웃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라, 추억의 꽃길을 걷고 또 걸었다. 가녀린 꽃대 위에, 붉디붉은 꽃을 얹히고, 자잘한 꽃들이 모여 만든, 꽃바다에서 맑은 영혼을 찾았다. 이렇듯, 작지만 귀엽고 매혹적인, 가을꽃밭에서, 사랑 어린 눈길을 주고받으며, 기쁨과 감동 속에 빠졌다. 잠시라도 무거운 삶에서 벗어나, 깃털 같은 맑은 영혼을 찾은 것이다. 아름다운 가을꽃밭에서... 2023... 더보기
맑은 영혼(靈魂)의 눈빛 / 山生 김 종명 맑은 영혼(靈魂)의 눈빛 살아가면서 수 없이 스치는 인연들,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좁은 길이나 넓은 길이나, 삶의 여정에 따라, 언제든 어디 곳에서나 스쳐 지난다. 그러다가 딱 마주치는, 맑은 눈빛 하나, 금방 감성이 살아나고, 사그라진 열정이 용솟음친다. 얼굴을 마주하면서, 눈빛을 보는 것은 맑은 영혼이 없으면, 그냥 스쳐 지나는 인연일 뿐이다. 맑은 영혼의 눈빛은, 심장에 닿을 때, 잠시 멎는 은밀한 매력이 있다. 검은 눈동자 사이로 내뿜는, 고혹적인 맑은 눈빛은, 영혼(靈魂)의 기운이다. 얼굴을 맞대면, 눈 안으로 시선을 둔다. 그러다 맑은 눈빛이 닿을 때마다, 몇 년씩이나 젊어진다. 그냥 스쳐 지날 수도 있었는데, 맑은 영혼의 눈빛으로, 걸음을 멈추어 준 인연들이, 세상을 맛깔나게 한다. 맑.. 더보기
빛바랜 사진(寫眞) 한 장 / 山生 김 종명 빛바랜 사진(寫眞) 한 장 불현듯, 묵혀 두었던 책장 속의, 사진첩을 뒤적이다, 누렇게 변한 사진 한 장을, 눈에 넣는 순간, 아! 하고, 나도 몰래 긴 한숨을 내뱉는다. 빛바랜 사진 속에는, 기억 조차 할 수 없는 곳에서, 엄마와 함께하였던, 내 어릴 적의 모습이었다. 평생 내 인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였던, 엄마의 모습이 떠 올라, 생각만 하여도 그냥 눈물이 난다, 딱 한 장 남은 사진이, 과거가 되고 있는 삶의 기억과, 때늦은 회한(悔恨)들을 불러 모으며, 내 가슴을 마구 후벼 판다. 이 좋은 세상 이 순간에, 영원히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서글픈 현실에, 눈꺼풀에 이슬만 맺힌다. 까맣게 잊었던,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나를 과거 속으로 끌어들이며, 나를 자꾸 울린다, 이제 나도 어쩔 .. 더보기
선천성 그리움 / 山生 김 종명 선천성 그리움 계절이 바뀌고,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그리움, 그것은 선천성 그리움일 게다. 첫울음이 터지고, 탯줄을 묻었던 곳, 가끔씩 꿈처럼 떠 오르는, 태초의 그곳은, 그냥 생각만하여도 가슴을 울리는, 고향(故鄕)이란 곳이다. 어떨 때는, 마을 입구의, 커다란 정자나무가 떠 오르고. 또 어떤 때는, 뒷산 숲의 뻐꾸기 소리가, 잔잔히 귓전을 울린다. 그러다가, 숱한 삶의 과정 속에, 진한 정을 나누었던 인연들이, 가물거리듯, 먼 기억 저 편에서 다가와, 생생한 기억으로 가슴을 후벼 판다. 골목의 아이들 웃음소리, 정을 나눈 숱한 사람들, 눈에 익숙한 동네 모습들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의 길목에서, 노년은 묵은 회상에 잠긴다. 몸은 세월 따라 절로 늙어가지만.. 더보기
이 가을 행여 외롭다면 / 山生 김 종명 이 가을 행여 외롭다면 / 山生 김 종명 가슴에 늘 덩어리가 있다면, 가슴에 번지는 슬픔이 있다면, 까닭 없이 세월의 무게에, 머리가 힘없이 숙여지려거든, 하늘과 땅 사이에 번지는, 신선한 가을꽃바다로 떠나라. 피고 지는 꽃밭에, 식어버린 열정과 번뇌를 묻어라. 그래도 허한 마음이라면, 그냥 꽃처럼 죽어라. 모든 것은 순간이다. 온갖 풍상의 잔을 마신 지금에, 또다시 헛된 삶을 추구하려는 것인가? 빈 마음으로 가을꽃바다로 떠나라. 그리고 신선한 가을꽃바다에, 고독한 마음을 은밀히 수장하라. 2022.9.21. 거창 감악산 꽃밭에서... 山生 김 종명 더보기
꽃처럼 살자! / 山生 김 종명 꽃처럼 살자! 계절 따라 피는 꽃, 그 꽃에는, 늘 설화(說話)가 따라다닌다. 뜨거운 사랑, 애절한 사랑, 상처받은 사랑, 이루지 못한 짝사랑, 그리고 만남에서 이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스토리가, 애틋한 연민으로 묘사되어, 뭇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한편으로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비유하며, 꽃의 단명을 말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꽃은 우리 인생사와 너무나 흡사하게 닮았다, 꽃이 불꽃처럼 한창 필 때는,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질 때는 애처롭게 보인다. 꽃은. 늘 계절 따라 피고 진다. 꽃 필 차례를 알고, 꽃이 질 때는 마지막 순간, 불꽃처럼 사그라드는 모닥불처럼, 한 편의 인생 드라마이기도 하다. 피고 지는 꽃 중에, 쓴맛 나는 꽃심이 깊이 박힌, 연꽃이 가장 아름답고, 찬.. 더보기
소중한 인연(因緣) / 山生 김 종명 소중한 인연(因緣) 세상을 살아가면서 맺어지는 숱한 인연들, 연분(緣分)은 우리네 삶 속에 다양하지만, 스쳐 지나는 인연 또한 많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 간간히 옛 인연들이 떠 오른다면, 필시 그것은 스쳐 지나간 인연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남은 따뜻한 그리움일 게다. 가까운 곳이거나 먼 곳에 있던, 세상을 먼저 떠났거나 살아있든 간에, 소식이 있거나 없거나를 떠나, 살면서 잠시 잠깐 동안, 함께한 인연을 떠 올린다는 것은, 빛바랜 사진첩을 꺼내보는 것과 같다. 인연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까? 살면서 가끔 잊었던 인연들을, 한 번쯤 떠 올리는지요? 2022.2.18. 오후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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