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맛비 유감(遺憾) / 山生 김 종명 장맛비 유감(遺憾) 비가 내린다. 은빛 열기를 퍼붓던 하늘은, 잿빛 구름을 덮고, 장마라는 구실로, 며칠새 또 비를 뿌려대고 있다. 땅 위로 낮게 깔린 안개는, 여기저기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 꽃밭을 스쳐 흐르고, 사랑 어린 오솔길, 웃음소리 가득하였던 그곳엔, 지금 빗물만 흘러내리고. 언덕의 바람개비만, 윙윙 소리를 내며 돌고 있다. 엊그제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훨씬 더 뜨겁게 핀 꽃은, 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제 막 뜨겁게 꽃을 피우는데, 어쩌란 말인가? 가녀리고 나약한 꽃들은, 꼼짝 않고 무거운 고개를 숙이고, 지친 숨소리를 허공에 토해 놓고 있다, 내 심장까지 향한, 청순한 모습을, 한시도 잊을 수 없어,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애꿎은 커피 잔만 이리저리 돌린다. 2023.7.7. .. 더보기
기인우천(杞人忧天) / 山生 김종명 기인우천(杞人忧天) 저녁 어스름이 드리우며, 암울한 하늘, 주접떨던 새들도 기척이 없고, 큰길을 오고 가는, 차량 엔진 소리만, 초저녁의 적막을 깨뜨린다. 창밖에 바람이 인다. 비가 오려나? 사방에서 가을꽃들이, 저마다 앞다투어 웃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가녀리고 나약한 꽃들을... 내 심장까지 향한, 가을꽃의 청순한 눈길을, 한시도 잊을 수 없어, 애꿎은 커피 잔을 이리저리 돌린다. 새삼스레 긴 밤이 무서워진다. 2022.10.3. 초저녁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