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세월에 몸 따로 마음 따로
무심한 세월에 몸 따로 마음 따로 언제부터인가 흰 머리칼이, 한 올씩 생기더니, 이제는 하얀 서리가 내리고, 정수리가 훤하게 빛난다. 약병이나 생필품의 겉포장 글들이, 흐릿하게 보이고, 눈 밑은 처지고 주름살도 늘어간다. 어떻게 보면 큰 고장 없이, 죽지 않고 여태껏 살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 끓는 청춘은 이미 과거가 된 지 오래, 점점 기억이 흐려지고, 개울가를 펄쩍 뛰어 건넌 것도, 이젠 옛날이 되어가고. 석산(石山)을 거침없이 오르내렸지만, 지금은 다리가 후들거려, 급기야(及其也) 네발까지 쓴다. 그렇다! 절로 늙어간다는 사실이다. 초라한 인생이 되기 싫어, 허한 욕심을 버리고 눈만 뜨면, 매 순간 소욕지족(少欲知足)에 만족하지만, 세월은 나를 비껴 자꾸 달아나니,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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