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여름이야! / 山生 김 종명
아직은 여름이야! 여름 한 철 되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꽃길을 걸었으며, 얼마나 뜨거운, 여름 해를 보았던가? 이제 초록도 지치고, 땅바닥의 내 그림자도 멈추었다. 그칠 줄을 모르는, 기(氣) 빠진 늦여름 바람에, 애꿎은 선풍기는 꼬박 밤을 새우고. 밤새 집요하게 잉잉대며, 내 몸을 빨았던 영악한 흡혈귀는, 통통한 배를 움켜잡고, 제풀에 널브러져 있다. 그래서일까? 훈풍 속에 스치는, 한줄기서늘한 바람에도, 금방 가을의 환상에 잠긴다. 하지만 아직은 여름이다. 조급하지 말자. 오늘이 처서(處暑)이니, 흡혈귀 입이 돌아가고, 선풍기 날갯짓이 멈추면, 분명코 신선한 가을은 오리라. 2023.8.23. 처서((處暑) 아침에... 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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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여름에 / 山生 김 종명
떠나는 여름에... 혹독한 여름장마와, 불볕에 지쳤던 숲이 깨어나고, 하늘도 점점 높아져 가는, 여름의 끝 자락, 영원한 낮이 없고, 영원한 밤이 없듯 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밤의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이렇듯, 기세등등하던 여름도, 이제 그 끝이 보인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서늘한 기운에, 가슴이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그 보다 더 설렘은, 가을이 오기 때문이다. 2023.8.13. 오후에... 山生 김 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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