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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

단비가 내리는 날 / 山生 김 종명 단비가 내리는 날 하늘아래 바람이 일고, 단비가 내린다. 잠 깨어난 꽃길에, 쏟아지는 단비... 꽃길에 남았던 달콤한 사랑도, 단비에 녹아 흘러내린다. 가뭄이 더 성가시게 굴지 못하도록, 단비는 어젯밤부터, 하염없이 내린다. 연인들이 돌아가버린 꽃길은, 웃음소리가 끊어지고, 성급하게 낙화한 꽃잎은, 미로(迷路) 같은 도랑 따라, 깊은 강물에 쓸쓸히 잠긴다. 조금 후에, 단비가 그치고 해가 눈뜨면, 짐작건대, 사월이 내린 햇살 아래, 꽃망울이 터지고, 파릇한 잎사귀가 돋아나면, 벌들이 붕붕거리며 날라들고, 새들이 다시금 주접을 떨면, 인적 끊어진 꽃길은, 연인들이 다시 돌아오고, 세사에 지친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겠지... 그러다가 봄날은 간다. 2023.4.5. 비내리는 식목일 .. 더보기
봄비 유감(遺憾) / 山生 김 종명 봄비 유감(遺憾) 봄비가 내린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이번 봄비는, 잿빛 하늘을 닮아, 험상궂게 내린다. 사납게 으르렁 거리며, 울부짖는다. 이 부드러운 봄날에, 세찬 봄비는, 매화나무를 마구 흔들어, 매화꽃을 낙화시키고, 연인들의 뜨거운 숨결마저, 순식간에 차갑게 식힌다. 그제부터 불고 있는, 이른 봄날의 훈풍(薰風)에, 꽃망울을 전부 터트린 봄꽃은, 빈가지 사이로, 무참하게 쏟아지는 봄비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린다. 봄은 언제나 그렇다. 꽃잔치가 끝나기도 전에, 변덕을 부린 것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바람이여! 제발 꽃잎은 건드리지 말아 다오. 세찬 봄비는, 모르는 척 창문을 흔들어 댄다. 2023.3.12. 봄비 내리는 오후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애춘(愛春) / 山生 김 종명 애춘(愛春) 열어젖힌 창문으로 , 간들바람이 살포시 스쳐간다. 늘 설렘으로 기다린 봄, 궁벵이처럼 다가오는 봄이지만, 겨우내 잠들어 있던, 연둣빛 새순이 서서히 잠을 깨고, 사방에서 꽃망울을 툭툭 터트린다. 슬그머니 불어온 봄바람은, 내 눈꺼풀에 앉고, 한 겹 한 겹 애태우며 피어난 꽃잎은, 내 가슴을 옥도정기(沃度丁幾)로 칠한다. 이제 여린 바람만 불어도, 가슴이 두근 그리고, 잘게 부서져 바람에 실려오는, 봄꽃의 그윽한 향기에도, 내 숨결이 가빠진다. 행여 내가 봄바람이 난 것일까? 2023.3.6. 진주매화 숲에서... 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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