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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설화(雪花)를 기다리며 / 山生 김 종명 설화(雪花)를 기다리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잔뜩 기다려지는 설화(雪花). 잎사귀도 없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빈 나뭇가지에 꽃을 피우는 눈꽃은, 오직 하얀 빛깔 하나로, 잠깐 피었다가 지는, 찰나의 꽃이기에 더 기다려진다. 빈 가지에 핀 하얀 눈꽃은, 배넷저고리를 입었다가, 수의(壽衣)를 입고 떠나는, 어쩌면 우리의 삶과 닮았다, 바람이 불적마다, 수정 같이 맑은 소리를 토해내는, 순백의 눈꽃은, 비록 향기는 없지만 맑고 순수하다. 더구나, 무엇 하나 걸치지 않고, 보탤 것 없는 빈 가지에 핀 꽃이기에, 늘 겨울만 되면, 잔잔한 평안과 기쁨을 주고, 삶의 허상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 누구의 순수를 닮았기에, 순백의 설화(雪花)가 기다려진다. 절기상 내일이 대설(大雪)이다. 2022.12. 6.. 더보기
늦가을 애상(哀傷) / 山生 김종명 늦가을 애상(哀傷) 부지깽이가 덤빌 필요가 없고,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 신짝 들고 들판에 나설 필요도 없는, 황량한 가을 들녘에는, 빛바랜 벼 밑동만 남았고, 열정이 넘치던 도심 거리에는, 푸석한 가로수 잎들만 나뒹굴고,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나그네의 그림자만 짧아져 간다. 이틀이 멀다 않고, 가을 마실길에서 만난, 맑고 잔잔한 인연들의 뒷모습이, 그 길에 또렷이 남아있는데, 단풍 끝, 겨울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눈앞에 서 있다. 애써 허한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바람이 불적마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마당 한가운데를 달리고, 잿빛 하늘은, 겨울을 재촉하는 비를 뿌린다. 2022.11.22. 비 내리는 소설(小雪) 오후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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