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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애상(哀傷) / 山生 김 종명 가을 애상(哀傷) 비가 내린다. 느닷없이 가을비가, 세찬 바람을 등에 업고, 찬비를 뿌려댄다. 억센 바람에, 기댈 힘조차 없는 낙엽들이, 차가운 땅바닥에 나뒹군다. 잎사귀 없는 휑한 나뭇가지, 갑자기 가슴이 아려오면서, 까닭 없이 울컥해진다. 반짝 되살아 났던 감성도, 빗물에 씻겨지고, 뜨겁던 내 심장도 금세 식어간다. 애간장을 태우는 나를 비웃 듯 유리창에는 차가운 빗방울만, 눈치 없이 흘러내린다, 우짜노! 단풍잎이 다 떨어지면... 2023.11.6. 비 내리는 새벽에... 山生 김 종명 출처: https://akekanfl.tistory.com/8671302 [산생(山生):티스토리] 더보기
가을 연정(戀情) / 山生 김 종명 가을 연정(戀情) 백열(白熱)의 여름은 가고, 지금은 서늘한 가을이다. 이렇듯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을 미인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 상사병(相思病)에 걸린 것 마냥, 가차 없이 가을빛 속에 뛰어든다. 붉은 수술을 우산처럼 펼친, 속눈썹이 이쁜 가을 미인, 그냥 보기만 하여도, 마음에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뿐이런가? 이제는 부드러운 가을바람에 실려, 가을 미인들이 곳곳에서, 매혹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연정(戀情)은 잠시 뿐, 사방에서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가을 미인들을, 내 어찌 감당하려나? 2023.9. 14. 가을비가 내리는 초저녁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아직은 여름이야! / 山生 김 종명 아직은 여름이야! 여름 한 철 되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꽃길을 걸었으며, 얼마나 뜨거운, 여름 해를 보았던가? 이제 초록도 지치고, 땅바닥의 내 그림자도 멈추었다. 그칠 줄을 모르는, 기(氣) 빠진 늦여름 바람에, 애꿎은 선풍기는 꼬박 밤을 새우고. 밤새 집요하게 잉잉대며, 내 몸을 빨았던 영악한 흡혈귀는, 통통한 배를 움켜잡고, 제풀에 널브러져 있다. 그래서일까? 훈풍 속에 스치는, 한줄기서늘한 바람에도, 금방 가을의 환상에 잠긴다. 하지만 아직은 여름이다. 조급하지 말자. 오늘이 처서(處暑)이니, 흡혈귀 입이 돌아가고, 선풍기 날갯짓이 멈추면, 분명코 신선한 가을은 오리라. 2023.8.23. 처서((處暑) 아침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떠나는 여름에 / 山生 김 종명 떠나는 여름에... 혹독한 여름장마와, 불볕에 지쳤던 숲이 깨어나고, 하늘도 점점 높아져 가는, 여름의 끝 자락, 영원한 낮이 없고, 영원한 밤이 없듯 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밤의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이렇듯, 기세등등하던 여름도, 이제 그 끝이 보인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서늘한 기운에, 가슴이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그 보다 더 설렘은, 가을이 오기 때문이다. 2023.8.13. 오후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늦가을 애상(哀傷) / 山生 김종명 늦가을 애상(哀傷) 부지깽이가 덤빌 필요가 없고,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 신짝 들고 들판에 나설 필요도 없는, 황량한 가을 들녘에는, 빛바랜 벼 밑동만 남았고, 열정이 넘치던 도심 거리에는, 푸석한 가로수 잎들만 나뒹굴고,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나그네의 그림자만 짧아져 간다. 이틀이 멀다 않고, 가을 마실길에서 만난, 맑고 잔잔한 인연들의 뒷모습이, 그 길에 또렷이 남아있는데, 단풍 끝, 겨울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눈앞에 서 있다. 애써 허한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바람이 불적마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마당 한가운데를 달리고, 잿빛 하늘은, 겨울을 재촉하는 비를 뿌린다. 2022.11.22. 비 내리는 소설(小雪) 오후에... 山生 김 종명 더보기
벌써 꽃씨가 되었네! / 山生 김 종명 벌써 꽃씨가 되었네! 이름 모르는 길섶의 들꽃마저, 가슴 설레게 하는 시월, 시월은 자연도 사람도 바쁘다. 가을꽃이 사방에서 피고 지고, 초록이 지친 공간 사이로, 신선한 가을빛이 쏟아진다. 따가운 햇살에, 수십 번인가 혼절하였다가, 산들바람에 깨어난 가을꽃, 가을의 첫 꽃을, 첫눈처럼 기쁘게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사방에서 오색물결이 춤춘다. 한 조각구름마저 잠시 머무르며, 가을의 조화에 넋을 잃는 시월. 말을 잊은 사람들... 가슴이 작아 다 품지 못하는 탄성, 꽃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갖가지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에, 감성의 빛깔을 곱게 물들이고, 꽃처럼 웃으며, 가슴마다 깊고 진한 애정을 묻고 떠난다. 어머! 벌써 꽃씨가 되었네! 꽃밭에 퍼지던 외마디가 귓전을 때린다. 꽃도 한철 인생도 한철,.. 더보기
이 가을 행여 외롭다면 / 山生 김 종명 이 가을 행여 외롭다면 / 山生 김 종명 가슴에 늘 덩어리가 있다면, 가슴에 번지는 슬픔이 있다면, 까닭 없이 세월의 무게에, 머리가 힘없이 숙여지려거든, 하늘과 땅 사이에 번지는, 신선한 가을꽃바다로 떠나라. 피고 지는 꽃밭에, 식어버린 열정과 번뇌를 묻어라. 그래도 허한 마음이라면, 그냥 꽃처럼 죽어라. 모든 것은 순간이다. 온갖 풍상의 잔을 마신 지금에, 또다시 헛된 삶을 추구하려는 것인가? 빈 마음으로 가을꽃바다로 떠나라. 그리고 신선한 가을꽃바다에, 고독한 마음을 은밀히 수장하라. 2022.9.21. 거창 감악산 꽃밭에서... 山生 김 종명 더보기
비와 그리움 / 山生 김 종명 비와 그리움 또 비가 내린다. 밤을 딛고 일어서는 새벽같이, 여름이 끝나가는 길에, 가을이 서 있지만. 여름은, 물러 설 마음조차 없는지, 가뭄에 생명수도 아닌, 부질없는 비만 뿌려댄다. 올여름 도대체 몇 번째인지, 기억조차 하기 싫다. 우중(雨中)을 핑계 삼아, 무심결에 잊고 지냈던, 그리운 사람들을 떠 올리며, 마음 깊은 곳에 있던, 내 안의 감성을 끄집어낸다. 그리고는, 전화번호를 누른다. 검지의 위력으로, 바깥세상과의 간단한 소통, 하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연락이 단절된 것을 뒤늦게 알고, 한 숨이 나고 너무 서글프서, 그리움이 빗물처럼, 내 가슴을 타고 내린다.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지, 연신 쏟아져 내린다. 2022.8.30. 비 내리는 오후에...山生 김 종명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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